나주시 금성산, '국내 최고(最古) 화약무기' 황자화통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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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시 금성산, '국내 최고(最古) 화약무기' 황자화통 첫 공개

2023년 금성산 지뢰탐지 중 발견, 제작 정보 명문 확인
기존 보물 총통보다 최소 118년 앞선 '최고(最古)' 가치

나주시 금성산 발굴 국내 최고(最古) 화약무기 황자화통
[뉴스맘] 나주시 금성산에서 국내 현존 최고(最古) 화약무기인 ‘황자화통’이 발견되어 우리나라 화약무기의 초기 역사를 새롭게 조명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주시는 2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황자화통에 대한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의 조사·분석 결과가 공개됐다고 밝혔다.

황자화통은 지난 2023년 11월 나주시 경현동 금성산성 주변에서 발견됐다. 당시 나주시의 금성산 등산로 개설을 위한 육군의 지뢰탐지 과정에서 금성산 9부 능선 암벽 단애 하부 표토 약 10㎝ 아래에 묻혀 있던 유물이 확인됐다. 발견 이후 오염물 제거를 비롯해 컴퓨터단층촬영(CT), 엑스레이(X-ray), 주사전자현미경(SEM-EDS), 금속현미경, 납동위원소 분석 등 다양한 과학적 조사가 이뤄졌다.

연구진은 과학분석 결과와 함께 유물에 새겨진 명문과 화통의 형태, 발견 장소의 역사적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유물의 성격과 제작 시기를 분석했다. 황자화통은 구리와 주석, 납으로 제작한 청동 주조품으로, 길이 23.75㎝, 구경 1.66㎝, 무게 1032g의 소형 화기다. 발사체가 나가는 총부리와 화약을 넣는 약통, 나무 손잡이를 끼우는 모병(冒柄)으로 구성되어 개인이 휴대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병 부분에는 ‘정사년 12월에 황자화통을 만들었고 무게는 1근 14량이며 제작 감독자는 녹사 안휴보, 장인은 석’이라는 내용의 6행 27자 명문이 음각돼 있다. 총부리에 새겨진 ‘팔(八)’자까지 포함하면 총 28자다. 하나의 화약무기에서 제작 시기, 화기명, 무게는 물론 제작을 감독한 사람의 관직과 이름, 실제 제작에 참여한 장인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인 유물로 평가받는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명문에 새겨진 제작연대다. ‘정사(丁巳)’는 고려 우왕 3년인 1377년 또는 조선 세종 19년인 1437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립나주문화유산연구소는 어느 연대로 확정되더라도 현재 보물로 지정된 총통류보다 최소 118년 이상 앞선 유물이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화약무기와 금속주조 기술의 역사를 새롭게 살펴볼 수 있는 자료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재 보물로 지정된 화약무기류 중 제작연대가 확인되는 가장 이른 유물은 1555년 제작된 천자총통이다. 황자화통이 1437년에 만들어졌다고 보더라도 118년 앞서며, 1377년 제작으로 확인될 경우 우리나라 화약무기 실물 자료의 역사를 100년 이상 더 앞당기는 중요한 유물이 된다.

출토지가 명확하다는 점 또한 황자화통의 가치를 높인다. 금성산은 호남을 대표하는 나주의 진산이자 영산강 유역을 조망하는 군사적 요충지로, 후삼국시대 왕건과 견훤 세력이 맞섰고 고려 현종이 거란의 침입을 피해 머물렀던 곳이다. 1270년 삼별초의 나주 공격 당시에는 금성산성을 중심으로 치열한 항전이 펼쳐졌던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금성산신은 고려 충렬왕 3년(1277년) 정녕공에, 조선 태조 2년(1393년) 호국백에 봉해질 만큼 국가적 제사의 대상으로도 중요하게 여겨졌다. 이번 발견은 영산강 유역의 군사·행정 중심지 역할을 해온 금성산과 금성산성의 역사적 성격을 실물 유물을 통해 새롭게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자화통의 구조와 재질 역시 초기 화약무기 제작기술을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다. 과학분석 결과 약통은 둥근 형태이며 총구 방향으로 폭이 넓어지는 구조를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화약 폭발 과정에서 화통 파손을 막기 위해 주석 함량을 조절한 제작기술도 확인돼 당시 금속주조와 화기 제작기술을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다. 현재 국내에서는 쌍자총통 등 화약무기류 14건 16점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황자화통은 명확한 출토지, 이른 제작 시기, 제작 주체와 무게까지 확인할 수 있는 명문을 갖춰 보물급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다만 1377년과 1437년 중 제작 시기를 확정하려면 고려 말∼조선 초에 제작된 다른 화약 무기류와 검증해야 하지만, 현재 비교할 유물이 마땅히 없는 상황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한편 황자화통은 오는 9월 23일부터 11월 22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전시실에서 국민에게 선보인다. 12월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에도 출품돼 우리나라 화약무기 발전의 출발점을 보여주는 유물로 소개될 예정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황자화통의 발견은 나주가 간직한 역사문화자원의 깊이와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뜻깊은 일”이라며, “이번 계기로 금성산과 금성산성의 군사적·역사적 가치가 널리 알려지고 황자화통이 소중한 국가유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향윤 기자 chunjin1502@naver.com